학교종은 땡땡땡, 에밀레종은 둥둥둥~
학교종은 땡땡땡, 에밀레종은 둥둥둥~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몇 해 전 어느 회사가 에밀레종 소리를 상품화 했습니다.
그 전에 만들었던 '에밀레종 모형상품'은
모양만 에밀레종이고,
정작 종소리는 '땡,땡,땡...'이어서
'학교종'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초소형 사운드카드와 스피커를 내장시켜
'둥...'소리가 30초가량 이어지면서
에밀레종 특유의 저음과 소리의 지속성을 구현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길이 25㎝, 지름 15㎝의 모형종으로
에밀레종의 깊은 음향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웅장하면서도 낮게 깔려서 울려 퍼지는
에밀레종 소리의 진한 감동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학교종은 '땡,땡,땡...', 에밀레종은 '둥둥둥~'
그런데 혹시
왜 학교종은 '땡,땡,땡' 치고,
에밀레종이나 보신각 종소리는 왜
'둥...'하고 울리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왜 동양식 범종은 '둥...'하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데,
서양식 종은 시끄럽게 울리는지 말입니다.
모양이 좋지 않으면 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나,
제야의 종소리에서 우리 귀에 익은 '둥...'하는 소리가
범종에 새겨진 무늬와 관계가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종의 크기나 두께, 문양, 맥놀이와 제작 방법 등이
종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금속학자들은
종의 재질이 종소리 음색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종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으로 만듭니다.
이 청동(靑銅)은 구리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구리는 1080℃, 청동은 950℃) 주조하기 쉽고, 강도는 구리보다 높습니다.
동합금은 주로 합금 색깔을 보고 이름을 붙이는데,
이 합금은 푸른색이 돌아서 푸를 청자, 청동이라고 부릅니다.
100원이나 500원짜리 동전은 하얀 색의 구리-니켈 합금으로 백동(白銅),
10원짜리 동전과 탄피로 사용되는 구리-아연합금은 노란색이라서 황동(黃銅),
황동보다 아연이 적게 들어가 붉은색을 띠는 것은 단동입니다.
그중에서 청동은 인류가 가장 오래 동안 사용해온 동합금입니다.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청동'이라는 이름은 구리합금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알루미늄청동'은 합금 성분에 주석이 전혀 없고,
동과 알루미늄만 들어 있는데도
이름은 알루미늄'청동'이라고 지었습니다.
청동의 주석 성분은 보통 4-12%입니다.
그러나 주석이 14% 이상 되면 갑자기 단단해지고
신장(伸長)값이 5% 이하로 되다가,
주석이 25% 이상이 되면 거의 신장(伸長)성이 없어지게 됩니다.
동양의 종은 모두 주석이 14% 이하입니다.
이것은 α상이라는 조직으로 종같이 모형을 만들기가 쉽습니다.
무늬를 새기기도 쉽고, 점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드리면 "둥..."하는 낮은 소리를 내는데,
아무리 때리거나 두들겨도 잘 깨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서양의 종은 대부분 주석 성분이 20-25%입니다.
이것은 α+ε상이라는 조직으로 α상 보다 훨씬 단단합니다.
그러나 두드리면 "땡,땡"하는 높은 소리가 나고 쉽게 깨집니다.
이것이 학교종은 "땡,땡,땡" 치고,
에밀레종은 "둥...,둥..." 우는 이유입니다.
1962년에 발행된 미국 독립 150주년 기념우표에는
'자유의 종'이 디자인으로 들어가 있는데,
가만히 보면 그 종도 깨져서 균열이 가 있습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핸드폰 멜로디입니다.
진짜 에밀레종은 타종마저 중단되었지만,
오히려 모형종 소리만은 사운드카드로 진짜처럼 듣는다고 하니까,
한편 서글프고 한편 반갑기도 합니다.
그런데 '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입니다.
이 소설에는 실제 종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17세기 영국시인 존던의 시구에서 이 제목을 따왔습니다.
"바닷물이 철썩이는 만큼
유럽의 땅이 줄어들듯이
... (중략)
그러나 묻지 말아라
누구를 위하여 저 종은 울리느냐고.."
하는 싯구에서.
1999년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만행이 저질러졌던
'코소보 사태'를 보면서,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스페인 내전'에 뛰어든 사나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인공
로버트 조던이 생각나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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